바람이 부는 늦가을에서 초겨울이 올 때 즘이면 늘 주하아빠로부터 듣는 잔소리가 하나 있다. 말로는 자칭 총각시절 때 진짜 멋쟁이였다고는 하는데 어찌나 허접한 옷가지들이 많던지 신혼 때 오빠 옷들을 정리한다고 버린 옷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그 때 가죽 자켓이 하나 있었는데 오빠는 절대 이건 버리지 말라고 했다. 누가 선물로 주신 건데 60만원이 넘는거라고 했다는 것이다. 으이그~ 60만원이든 80 만원이든 이렇게 나이들어 보이는 옷을 어디 입을라고 하냐고 핀잔을 주며 과감히 버렸다. 워낙 신혼 때 남자들은 다들 애처가니까 원하지 않는 마음을 애써 누르며 버리라고 했던 오빠.. ㅠㅠ
그런데 해가 가고 주하를 낳고 30대 중반이 되어버리니까 나도 모르게 오빠에게.." 오빠, 그 때 그 가죽 자켓 버리지 말고 지금 입으면 좋았을걸 그랬어.. 중후한 맛이 날텐데... " 했더니, " 그래! 너 그 때 버릴때 내가 얼마나 아까웠는 지 알아? 그 좋은 걸 왜 버려~!!" .... 미안 미안....
그때 부터 바람 부는 날만 되면 가죽 자켓 이야기다... 그러게 나이 들어서 입으면 중추한 맛이 나는 고급스런 옷이었는데... 진.. 짜..루... 아... 깝... 다... 아.... 주부들의 특징이란게 한번 아깝다 싶으면 그 생각이 당췌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자꾸만 생각나는 멀리 멀리 떠나간 가죽자켓이여~ 아~ 너는 어디메서 무얼 하고 있느뇨~~ !! 집으로 돌아오련? ㅠㅠ
이팔 청춘 신혼 때 그런 안목이 있었겠냐구~ 나두 할 말 있다구~!!! 이팔 청춘이야 빨갛고 노랗던지 아님 쫙 달라붙던지~ 그래야 멋지다고 하지 않는가~ 낸들 이렇게 아까울 줄 누가 알았냐고오~~~
그렇다. 그런 안목이 진작 있었다면 내가 왜 버렸겠는가... 내 인생에서 이렇게 어리석게 버려진 가죽자켓 같은 선택이 왜 없었겠는가. 나이가 들면서 굳어져 버린 얼굴 속에 어리석게 선택한 인생의 굴곡이 그려져 있다. 우리가 진작에 우리의 삶 가운데 보다 더 선한 선택을 알고 있었다면 우리의 얼굴은 그렇게 굳어져 버리지 않을텐데... 우리의 삶은 웃음 없이 황폐하게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살게 되지 않을 텐데... 너무나 가죽자켓 같은 선택을 해버린다. 우리가 정녕 우리의 삶 가운데 필요한 것은 물질과 이해가 아닌 사랑일 것이다. 그러나 당장 필요 없다는 이유로 사랑을 외면해 버리는 우리의 선택이 언젠가 ' 내가 그 때 왜 그것을 버렸을까' 하며 아쉬워질 것이다.
비록 가죽자켓은 버렸지만... 내 인생 가운데 나를 웃게하고 모두를 행복하게 할 그 것... 그 사랑은 버리고 싶지 않다. 돌밭이란 글을 쓰고 퇴고를 못해서 지웠다 다시 씁니다. 죄송..ㅠㅠ)
바위 위에 있다는 것은 말씀을 들을 때에 기쁨으로 받으나 뿌리가 없어 잠깐 믿다가 시험을 받을 때에 배반하는자요.. 눅 8:13
제가 제대로 교회생활을 시작 한 것은 중 2때 부터였는데.. 그때 당시 저는 나름대로 생각이 있다고 하였지만 알고 보면 소위 앵무새 신앙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 안에 왜? 라는 질문을 생각할 수 조차도 없었던 그 때.. 그저 말씀에서 배운대로..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돌아가셨습니다. 우리는 죄인입니다. 저는 주님을 사랑합니다. ' 라고 중얼거렸던 저의 신앙은 저의 빠른 기질에 붙어서 쳇바퀴를 더 빨리 돌리듯 아주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습니다. 어느 정도 였냐면 교회 다닌지 6개월만에 부회장이 되었는가 하면 1년도 안되서 방언도 받았습니다. 새벽기도며 철야기도며 예배란 예배는 거의 빠지지 않았지요.
설교시간에는 제일 먼저 앞 자리에 앉아서 정자세를 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움직이지 않은 상태로 말씀을 뚫어져라 들었기에 목사님도 제 칭찬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때 저는 마음 속으로 '오늘 교회 끝나고 뭘 먹지? 어떻게 하면 살을 뺄 수 있을까?' 하는 식의 잡생각도 가끔은 했답니다. 때론 조는 모습은 저하고 맞지 않기 때문에 억지로 잠을 깨운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이런 모습에 어떤 경각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제 자신의 영적 상태를 심각하게 고민해 볼 시간 조차 여유 조차 없이 그저 바쁜 하루하루를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런 제 자신의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그래도 버젓하게 회장. 교사. 찬양팀 리더 라는 직책으로 포장되어 있었고 예배 말씀 기도 생활이 늘 삶의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저는 제가 가지고 있는 신앙심에 자부심을 나름대로 가지고 있었답니다.
이런 앵무새 신앙인으로 토끼 신앙인으로 살았던 제가 이삭교회에 와서 예수님을 만난 것은 되돌아보면 정말 하나님의 은혜였지 싶습니다.
결혼 후 겔젠키르헨으로 이사왔던 첫 집은 아주 지옥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연습이 되는 곳을 구해야했기에 술집 위로 구했었는데 축구시합만 있으면 이튿 날 새벽 5~6 시까지 얼마나 떠들어 대는지 침대가 들썩들썩할 정도로 음악소리 사람소리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추운 겨울 방마다 문이 없고 하이쭝도 고장이 난 상태였기 때문에 우리는 양말을 다섯켤레나 신고 생활을 해야했을만큼 너무나 추웠습니다. 그 때 당시 저는 학업을 중단한 상태였기에 그렇게 바쁘게 살았던 저에게 주워진 아주 오랜만의 파우제 시간이었습니다. 처음 그런 시간이 주워지면서 저는 하나님께 저를 발견하는 시간으로 인도해 달라고 기도했었지만 막상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지루한 그 시간을 견디기조차 어려운데다가 지옥같은 그런 환경을 더이상 바이터로 살수가 없을것 같았습니다.
오빠가 직장을 가고난 저녁에 혼자 있으려면 그 괴상한 소음같은 음악을 들으며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낸다는게 너무나 괴로웠지요. 급기야는 한국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과 보고싶은 가족들로 인해 외로움도 늘어갔습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달달달 거리며 괴로워했습니다. 정말 최악의 상태였습니다.
'하나님 도와주세요. 저는 이렇게 운루이히한 공간에서 이런 식으로 살 수가 없어요. 도와주세요. 저를 다른 곳으로 옮겨주세요. ' 그렇게 기도하던중 찬송을 부르게 되었습니다. 초막이나 궁궐이나..내 주 예수 모신 곳은 그 어디나 하늘나라...
잘은 모르겠지만 하나님께서 이 시간을 통해 나의 어떤 부분을 만지길 원하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희미하게나마.. 이 시간을 통해 하나님의 만지심을 기다려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주님.. 제가 주님의 말씀하시는 것을 기다리겠습니다. 하며... 머리를 주님 앞에서 숙였지만... 주님의 만지심을 기다리기에는 이 환경을 견딜만한 힘이 제게 없었습니다.
아이고~ 주님의 만지심이고 뭐고간에 일단 이사부터하자!!
서둘러 이사를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독일에서는 이사가 얼마나 어렵고 일이 많습니까. 그럼에도 일단 서둘러 이사를 했지요.
다행이 노말한 집을 구해서 정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부끄럽지만 그 때 저는 하나님이 주신 새 집이라며 아주 경솔하고 가벼운 감사의 기도를 올렸습니다. 주님께서 저의 자아의 형체를 보게하시고자 제게 손을 내미셨던 그 때.. 저는 그 분의 계획과 뜻을 알만한 영적인 귀가 없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그분의 뜻을 무시한 채 빠른 자기 해결책으로 이사를 감행했던 저의 모습을 보며 주님은 얼마나 안타까워하셨을까요.... 게다가 감사의 기도를 드렸으니 얼마나 황당하셨을까요.. 무식이 용감할 뿐입니다.
어쨌든 새로 이사온 집에서 다시 시작된 저의 지루한 생활은 다시 한번 견디기 힘든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아무 것도 안하고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면 저는 제 안에 관계들 속에서 받은 상처며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두려움이며 가족에 대한 그리움 등등... 이런 여러 어두움이 제 안에 사로잡혀서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나 무섭고 두려웠습니다.
울 엄마 울 아빠가 어렵게 고생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도대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왜 이렇게 무능력한가... 나의 무능력함에 너무 괴로워서 하루하루가 힘겹기만 했습니다.
아.. 주님은 왜 이런 시간을 내게 주시는 걸까.. 도대체 나는 왜 이런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까...
무언가 잠잠하던 제 안의 호수 속에 누군가 자꾸만 돌을 던지시는 것 같았습니다. 돌이 호수에 던져질때마다 호수 속에 잠잠하던 모래들이 휘몰리듯이 제 안의 잠잠히 덮여 있던 걱정과 근심과 상처.. 어두움들이 회오리치듯 저를 강타했습니다.
왜 이런 시간이... 왜... 왜......
처음으로 '왜'라는 생각을 해 보았던 것 같습니다.
환경을 통해 시작되었던 왜..가 내 안에 어떤 무언가를 발견하게끔 인도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 하지만 그 생각의 깊이를 따라가기에 저는 너무나 인내심이 없었지요.
어느 날.. 점심을 먹다가 한국 식당에서 알바생을 구한다는 말에 귀가 번쩍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생각들.. 내 안에 어떤 풍크트로 달려가려는 .. 서서히 올라온 집중력들.. 조금만 더 가면 .. 조금만 더 가면...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는 이 시점에서.. 저는 한 큐에 한국 식당에 전화를 하여 아르바이트를 신청했습니다. 오~~~ 이런 저를 보시며 하늘에서 기겁하셨을 하나님... 지영아 네가 조금만 이 시간 속에 머물고 있으면 내가 너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네가 들을 수 있을텐데... 하시며 무릎을 치셨을 하나님..
하나님이 김지영의 드라마를 보시면서 마치 안돼~!! 하시며 외치셨을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살았던 방식대로 또 제가 그동안 배워왔던 앵무새신앙의 방식대로 그저 어리석은 인생의 각본에 충실한 주인공과도 같았습니다.
아무튼 하루 13시간씩 정신없이 일에 묻혔습니다. 괴로움을 잊고자... 내 안에 관계 속에서 지친 마음들.. 상처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무능력함들.. 외로움들... 두려운 마음..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말 할 수 없는 괴로움들.. 다 잊고자.. 세상 말은 잊고자이지만 사실은 덮어버리고자..
매일 매일 계속되는 중노동 속에서 너무나 힘겨웠지만 그런 괴로움들을 잠시 잊을 수 있다는 생각에 잠깐동안은 괜찮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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