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 유치환 (1908-1967)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 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행복의 얼굴 / 김현승 (1913-1975)
내게 행복이 온다면
나는 그에게 감사하고,
내게 불행이 와도
나는 또 그에게 감사한다.
한 번은 밖에서 오고
한 번은 안에서 오는 행복이다.
우리의 행복의 문은
밖에서도 열리지만
안에서도 열리게 되어 있다.
내가 행복할 때
나는 오늘의 햇빛을 따스히 사랑하고
내가 불행할 때
나는 내일의 별들을 사랑한다.
이와 같이 내 생명의 숨결은
밖에서도 들이쉬고
안에서도 내어쉬게 되어 있다.
이와 같이 내 생명의 바다는
밀물이 되기도 하고
썰물이 되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끊임없이 출렁거린다 .
행복 / 헤르만 헤세 (1877-1962)
행복을 추구하는 한 너는
행복할 만큼 성숙해 있지 않다.
가장 사랑스런 것들이 모두 너의 것일지라도
잃어버린 것을 애석해하고,
목표를 가지고 초조해 하는 한
평화가 어떤 것인지 너는 모른다.
모든 소망을 단념하고
목표와 욕망도 잊어버리고
행복을 입밖에 내지 않을 때,
그때 비로소 세상 일의 물결은
네 마음을 괴롭히지 않고
너의 영혼은 마침내 평화를 찾는다
행복 / 천상병 (1930-1993)
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의 걱정이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의 부족함도 없고
시인이니
명예욕도 충분하고
이쁜 아내니 여자 생각도 없고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도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다 사 주니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더구나 하나님을 굳게 믿으니
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분이
나의 빽이시니
행복(幸福) / 김남조 (1927~ )
새와 나,
겨울나무와 나,
저문 날의
만설(滿雪)과 나,
내가 새를 사랑하면
새는 행복할까
나무를 사랑하면
나무는 행복할까
눈은 행복할까
새는 새와 사랑하고
나무는 나무와 사랑하며
눈송이의 오누이도
서로 사랑한다면 정녕 행복하리라
그렇듯이
상한 마음 갈피갈피 속살에 품어주며
그대와 나도 사랑한다면
문득 하느님의 손풍금소리를
들을지 몰라
보석(寶石)의 귀를 가질지 몰라
행복은 / 정연복 (1957~ )
행복은 늘
우리 가까이 있다.
새벽을 깨우는 싱그러운 새소리,
우리의 작은 집 작은 창문 사이로
은총처럼 밀려드는 한 줄기 따스한 햇살로
행복은 우리 곁에 찾아온다.
행복은 언제나
우리 곁에 맴돌고 있다.
아내가 정성으로 끓이는 구수한 된장찌개 내음,
우리의 작은 집 작은 아이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듣기 좋다는
남편의 순수한 마음으로
행복은 우리 곁에 살랑대고 있다.
행복은 어제나 오늘이나
우리 주변에 둥지를 틀고 있다.
아내의 한결 변함없이 안개꽃 같은 화사한 모습,
세월이 흘러도 마냥 포근하기만 한
남편의 팔베개로
행복은 우리의 작은 집에 살고 있다.
행복은 내일이나 모레나 우리 가까이 머물고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
우리와 함께 웃음짓는 사람들
우리와 함께 눈물짓는 사람들의
소박한 인정(人情)과 마음 씀씀이로
행복은 우리의 작은 땅에
살아 숨쉬고 있다.
행복 / 한용운 (1879~1944)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의 행복을 사랑합니다.
나는 온 세상 사람이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의 행복을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정말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을 미워하겠습니다.
그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의 한 부분입니다.
그러므로 그 사람을 미워하는 고통도 나에게는 행복입니다.
만일 온 세상 사람이 당신을 미워한다면
나는 그 사람을 얼마나 미워하겠습니까.
만일 온 세상 사람이 당신을 사랑하지도 않고
미워하지도 않는다면 그것은 나의 일생에
견딜 수 없는 불행입니다.
만일 온 세상 사람이 당신을 사랑하고자 하여
나를 미워한다면 나의 행복은 더 클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모든 사람이 나를 미워하는
원한의 두만강이 깊을 수록
나의 당신을 사랑하는 행복의 백두산이
높아지는 까닭입니다.
내 안에 있는 행복 / 홍수희
새처럼 수줍은 그것은
소매를 붙잡으면
이내 날아가고 맙니다
첫눈처럼
보드라운 그것은
움켜쥐면 사르르 녹고 맙니다
그러나
바위처럼 단단한 그것은
돌아보면 언제나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내 안에 있는 행복,
찾으면 찾아지지 않고
놓아줄 때 비로소
보여집니다
행복과 불행은 함께 온다 / 나명욱 (1958- )
오늘 행복한 이여
나에게 결코
내일 불행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기뻐하지 말라.
오늘 불행한 이여
그대에게 내일 반드시
행복이 미소 지으며 달려올 것을
의심하지 말라
행복할 때 불행을 준비하고
불행할 때 행복을 맞을 여유를 가져야할 일
행복할 때 불행을 염려하고
불행할 때 행복을 기억하라
가난할 때 눈빛과 외모는 더욱 빛이나고
풍족할 때 마음과 환경은 더욱 어두워지는 것
내가 아플 때 주위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내가 안락했을 때 그들은 다시 떠나갔다
행복은 불행 속에서 더욱 아늑했고
불행은 행복 속에서 더욱 황폐했다
그 모든 행복과 불행이 하나이며
내 것임을 알았을 때
비로소 참 평화에 도달한다는 것을..
A Wonderful Day (아름다운 날) - Sweet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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