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곡감상

[스크랩] 비목(碑木) / 백남옥

강릉바다 2011. 7. 17. 13:17

 

 

 

 

 

 

 

 

비목(碑木)

 

 

초연이 쓸고간 깊은 계곡 양지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모를 이름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되어 맺혔네

궁노루 산울림 달빛타고 흐르는 밤
홀로선 적막감에 울어지친 울어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퍼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

 

 

 

비목에 얽힌 일화도 한두 가지가 아닌데, 가사의 첫 단어어인 "초연"은 화약연기를

뜻하는 초연(硝煙)인 데, "초연하다" 즉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오불관언의

뜻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한때는 비목(碑木)이라는 말 자체가 사전에 없는 말이고 해서 패목(牌木)의

 잘못일 것이라는 어느 국어학자의 토막글도 있었고, 비목을 노래하던 원로급 소프라노가

"궁노루산"이 어디 있느냐고 묻기도 한 일이 있었다.

궁노루에 대해서 언급하면, 비무장지대 인근은 그야말로 날짐승, 길짐승의 낙원이다.

한번은 대원들과 함께 순찰길에서 궁노루 즉, 사향노루를 한마리 잡아왔다.

정말 향기가 대단하여 새끼 염소만한 궁노루 한마리를 잡았는데

온통 내무반 전체가 향기로 진동을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아니고 그날부터 홀로 남은 짝인 암놈이 매일 밤을

울어대는 것이었다. 덩치나 좀 큰 짐승이 울면 또 모르되 이것은 꼭 발바리

애완용 같은 가녀로운 체구에 목멘 듯 캥캥거리며 그토록 애타게 울어대니 정말

며칠 밤을 그 잔인했던 살상의 회한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더구나 수정처럼 맑은 산간계곡에 소복한 내 누님 같은 새하얀 달빛이 쏟아지는

밤이면 그놈도 울고 나도 울고 온 산천이 오열했다. "궁노루 산울림 달빛타고 흐르는 밤"

이란 가사의 뒤안길에는 이같은 단장의 비감이 서려 있는 것이다.


 

글 / 작사가 한명희

 

 

 

곡 / 장일남 (한양대 음대 명예교수, 2006년9월 별세)
노래 / 메조 소프라노 백남옥


장일남님 빈소에서 한명희님

 


 

 

출처 : 꿈꾸는 정원에서
글쓴이 : 희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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